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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노조, 빨간 머리띠 버리고 산타모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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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좌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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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4년 12월 14일 10시 59분 |
노조, 빨간 머리띠 버리고 산타모자 쓰다
노조가 회사와 함께 불황을 극복하고 지역경제를 함께 살린다.”
올 들어 현대중공업에서는 강경 노동운동의 상징인 ‘붉은 머리띠’가 사라졌다. 노조 간부들이 즐겨 입던 붉은색 조끼도 회사 점퍼로 대체됐다. 지난 1월 취임한 탁학수(卓學秀) 위원장은 ‘안정 속의 개혁’을 새 기치로 내걸었다. 그리고 10년간 무분규로 모은 조합기금 100억원 중 일부를 지역경제를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노동조합이 지역 경제발전 주도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5일 사업장이 있는 울산 동구청에 온열 치료기, 안마기, 정수기 등 3500만원어치의 물품 200여점을 기증했다. 이는 노조가 창립기념일이나 각종 행사용으로 준비한 기념품 중 일부로, 포장조차 뜯지 않은 새 제품이었다. 유상구(劉相丘) 노조 사무국장은 “조합원들에게 나눠줄 수도 있었지만, 관내 노인정이나 어려운 이웃에게 필요한 물품이라고 생각해 구청에 기증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또 지역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사업을 적극 펼치고 있다. 관내 소년·소녀 가장 40명에게 매달 후원금을 전달하며, 노조 간부들은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경로잔치나 어린이날 행사에도 꼬박꼬박 참가한다.
10년간 무분규(無紛糾)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30일 조합기금 누적액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0년 전만 해도 파업, 점거농성, 연대투쟁 등으로 해마다 십수억원의 투쟁기금을 사용했다. 하지만 2만여 조합원들 사이에 “파업하면 노사 모두 손해”라는 정서가 퍼지면서 95년부터 노조는 실리 위주의 노선으로 돌아섰다.
파업을 하지 않으니 투쟁기금을 쓸 일도 없어졌고, 조합재정은 해마다 수억원씩 불어났다. 특히 지난 9월 말 정치성이 강한 민주노총과 갈등을 빚다 민주노총이 현대중공업 노조를 제명하자, 노조는 상급단체 회비로 책정했던 5억3000만원을 고스란히 조합 내부에 적립했다. 올해에만 적립된 조합기금 중 약 3억원을 지역사회 발전에 사용했다. 민주노총과는 완전히 결별한 뒤 새로운 건설적인 노조문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해고근로자 출신인 탁학수 노조위원장은 “감옥 갈 각오하고 투쟁하던 시대는 지났다”면서 “조합원과 회사,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합리적 노동운동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노사 안정으로 회사 신뢰도 향상
노사 관계가 안정되면서 회사의 대외 신뢰도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올해 건조한 LNG운반선과 컨테이너선, 초대형 유조선 등 선박 4척은 최근 미국의 마리타임리포터(Maritime Reporter) 등 세계 3대 조선전문잡지로부터 ‘올해의 우수선박’에 선정됐다.
지난해 274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현대중공업은 올해 원자재 가격급등, 환율하락 등의 외부악재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됐다. 하지만 올해도 수주실적은 계속 호조를 보여 세계 조선업계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올해는 LNG운반선 10척, 컨테이너선 46척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을 대거 수주, 수주액수가 이미 작년 실적을 넘어섰다. 유관홍(柳觀洪) 현대중공업 사장은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산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노사 상호 간에 신뢰를 쌓은 것이 위기를 이겨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80년대 ‘골리앗 투쟁’으로 상징되던 현대중공업 노조가 이제는 모범적인 노사모델의 상징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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