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생활/문화] 2003년 10월 16일 (목) 16:15
여수반도 남단에 자리잡고 있는 돌산도(突山島). 1984년 연륙교가 개설되면서 육지와 다름없어졌지만 국내에서 8번째로 큰 섬이다. 요즘 이곳은 마치 초원처럼 펼쳐진 갓 재배지에서 농민들이 가을갓 솎음작업과 채취를 하느라 바쁜 일손을 놀리고 있다.
십자화과의 이년초인 갓은 경기 양평과 강원 평창, 경남 산청, 전북 고창, 전남 고흥과 장흥, 제주도 등지에서 기후와 토양에 따라 각기 다른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쓰임새도 김장철 양념류와 김치류 등으로 나누어 활용되고 있다. 돌산 갓은 이 가운데 김치용으로 주로 쓰이며 무잎과 배추잎 형태의 2종류가 있다.
돌산 갓은 해방후 50년대초 일본을 왕래하는 여수지역 무역상인들이 무잎 형태의 ‘만생평경대엽고채’ 계통의 씨앗을 들여와 지금은 택지개발지로 변한 돌산 세구지마을에서 첫 재배를 시작했다. 이제는 돌산 전역은 물론 기후조건이 비슷한 화양면까지 보급이 확대돼 전국적인 ‘명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돌산갓김치가 명성을 얻게 된 것은 국내 다른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는 재래 갓과 달리 톡 쏘는 매운맛이 적고 엽채 섬유질이 거의 없어 부드러운 데다 독특한 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특성으로 막 담근 생김치도 담백한 맛을 내고, 일정기간 숙성시킬 경우 감칠맛을 내 하절기나 동절기에 잃었던 입맛을 되찾는 데 제격이다.
이명재 여수 돌산갓영농조합 법인대표(57)는 “돌산 갓은 해양성 기후와 알칼리성 및 유황성분의 토사질 토양에서 재배돼 엽채가 부드럽고 향과 맛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적당히 숙성시키면 감칠맛을 내 한번 먹어본 사람은 다시 돌산 갓김치를 찾는다고 자랑했다.
여기다 돌산갓은 단백질 함량이 일반 채소에 비해 높다. 일반 곡류에서 부족한 무기질과 비타민도 많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며 고지혈증 등 성인병 예방에도 효능이 뛰어난 기능성 식품이다. 특히 당질은 8.4%이다.
이 때문에 한때 청와대 식탁에 고정메뉴로 오르기도 했고 2001년부터 시작한 열차판매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같은 ‘돌산 갓김치’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어 지난 8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겨우 30여농가에서 2,500여평을 재배했으나 89~90년에 여수농업기술센터에서 돌산 갓 육성 시범사업을 펼치면서 현재는 돌산·화양지역 992농가에서 588ha(3백20만여평)에 갓을 재배하고 있다.
돌산 갓은 씨앗을 뿌린 뒤 수분과 일정 시비를 할 경우 50여일이면 수확이 가능하여 양산체제가 구축돼 있다. 이로 인해 4계절 김치맛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명성을 이어가는 데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치맛은 봄과 가을철에 노지에서 재배된 갓으로 담근 것이 연중 가장 뛰어나다. 특히 서울·부산·광주 등지의 돌산갓김치 애호가들은 자기 입맛에 맞는 곳을 골라 주문하고 있어 돌산지역 갓재배지와 김치가공 공장마다 활기가 넘치고 있다.
돌산 등지에서 생산되는 갓은 여수농협·영농조합 등 7곳의 김치 가공공장과 일반 가정 등 100여곳에서 전체 생산량의 15% 가량을 김치로 가공, 판매하고 나머지는 생채로 전국 농산물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여수시는 돌산갓김치의 맛을 한단계 높여 전국적인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돌산갓 우량품종 개발사업도 펼치고 있다. 정운섭 여수농업기술센터 기술개발담당은 “재배를 시작한지 40여년이 되면서 벌과 나비 등에 의해 배추나 무 등 다른 엽채류의 꽃가루와 혼합되며 일부 교잡종(交雜種)이 생겨나 이를 개선하기 위한 우량종자 증식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돌산 갓김치에는 일반김치와 물김치, 절임김치 등 3종류가 있다. 일반김치는 무잎 갓을 소금에 절여 씻은 뒤 젓국과 마늘, 양파, 생강, 물고추, 찹쌀가루죽 등을 혼합하여 만든다. 물김치는 배추잎 갓을 절여 배와 사과, 풋고추를 갈아서 만든 즙과 생강, 양파, 마늘, 찹쌀가루죽 등을 혼합하여 하루쯤 숙성시켜야 제 맛이 난다. 특히 돌산 갓 고유의 향을 잃지 않도록 절임시간을 잘 조절하는 것이 맛의 비결이다. 절임김치는 팩에 절임 갓을 담고 별도로 갖가지 재료를 섞어 만든 양념을 별도로 포장하여 소비자의 식성에 따라 간을 맞추도록 한 맞춤형이다.
일반김치 3㎏에 1만~1만5천원, 5㎏은 2만~2만7천원선이다. 돌산 갓은 여수시와 여수대학교가 참여해 김치 외에도 ‘생리성 건강음료’와 유자와 혼합하여 만든 ‘유산균 건강음료’개발이 추진돼 최근 상표를 획득했으며 특허도 출원해두고 있는 등 다양한 개발이 진행중이다.
〈여수/나영석기자 ysn@kyunghyang.com〉
|
| |
|
2007년 10월 1일 까지 운영했던 자유게시판은 [ 
